(누리일보) 국가보훈부는 6·25전쟁 당시 프랑스대대 소속 공병 부소대장으로 화살머리고지 전투 승리에 기여한 '롤랑 가브릴로프 육군 상사'를 ‘2025년 7월 이달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926년 프랑스 암네빌르 출생의 롤랑 가브릴로프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였던 1944년 12월 2일 프랑스 육군에 입대했다. 이후,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수많은 전투를 경험하며 여러 차례 무공훈장을 받은 그는 1951년 3월 6·25전쟁에 파병을 자원, 1952년 1월 25일 유엔 프랑스대대 소속으로 한국에 도착해 대대본부 공병소대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프랑스대대는 미 제2사단 제23연대에 배속되어 강원도 철원 일대에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1952년 10월 3일, 화살머리고지를 방어 중이던 프랑스대대는 곧 중공군의 대규모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 경계 강화와 함께 고지 좌측 전초진지에 공병소대를 배치했다.
10월 6일 밤, 백마고지와 화살머리고지 일대에 중공군의 집중 포격이 가해진 후 대규모 병력이 공병소대를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가브릴로프 상사(당시계급 중사)와 소대원들은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끝까지 항전했지만, 압도적인 적의 병력에 밀려 결국 중공군이 진지 내부로 침투했다. 이에 가브릴로프 상사는 대검을 뽑아 적과 뒤엉키며 치열한 백병전을 전개했다.
전투 중 보레이 프랑스대대장이 무전으로 “진지를 사수하라”고 명령하자, 가브릴로프 상사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대장님. 버텨낼 것입니다”라는 마지막 통신을 남기고 전사했다.
이 전투에서 가브릴로프 상사를 포함한 공병소대원 20명이 전사했으며, 생존 병력은 고지 정상으로 철수했다. 그러나 이들이 중공군의 초반 기세를 꺾은 덕분에 프랑스대대는 이후 3일간 이어진 전투에서 고지를 끝까지 사수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
26세의 젊은 나이에 화살머리고지에서 전사한 가브릴로프 상사는 프랑스 대대의 용맹을 상징하는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그의 탁월한 군인 정신과 헌신을 기려 1계급 특진(중사→상사)과 함께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추서했다. 또한, 가브릴로프 상사의 고향 암네빌르에는 ‘롤랑 가브릴로프 상사 길’이 조성되어 그의 투혼을 기리고 있다.